여행에서 돌아왔다.

기록 2015. 3. 27. 22:09

한 달여간의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.

사실 생각해보면 매일 매일 날짜를 세고 있었던 것 같다.

오늘이 벌써 여행 며칠째야, 몇주가 되었어, 이제 집으로 갈 날이 며칠밖에 안 남았어.

여행 극초반에는 그런 긴장감이 덜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 현실로 복귀해야한다는 사실이 나를 너무 떨리게 했다.

제대로 정착하지 못 하고 약간은 붕 뜬 상태.

나는 그것을 편하다고 쉽게 생각하기도 했지만 속으로는 많이 불안해 했다.

점점 나와는 생활 패턴이 달라져가는 친구들, 혼자 제자리에만 있는 것 같은 느낌..

나는 그저 그들과 다른 삶을 사는 것 뿐이고, 내게도 나만의 길이 있다고 생각하니 위안이 되기도 했다.

그러면서도 한 편으론 나도 깊은 뿌리를 내리고 싶다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었다.

그래서 캄보디아 따프롬에 갔을 때는 정말 인생에 대한 여러 생각과 감정들이 올라왔더랬지.

한 달 동안 참 즐거웠고, 내가 모르고 살아오던 세상의 곳곳을 보게 되어 신기하고 또 감사했다.

그러며 매일 매일의 즐거움과 기쁨 속에서도 매 순간 나의 경계에 부딪히며 좌절하기도 했고, 고민에 잠기기도 했다.

이런 상황에서의 나는 이렇구나, 맞아 이랬었지.

일상에서는 모르고 지나치던 나의 많은 부분들을 여행 속에서 접하게 되니 더 쉽게 인식이 되는 듯 했다.

그래서 더 싫은 점도 있었지만..

여러 복잡한 생각과 걱정들이 함께 했지만, 돌아보니 그것마저 다 좋았다.

여행에서 돌아온 지 이제 1일.

다시 떠나고 싶단 생각 뿐이다.

이 현실에서 이제 어떻게 적응하고 내 삶을 꾸려가야할 지 고민이다.

내게 무언갈 하라고 손에 쥐어준 숙제 따위는 그냥 다시 돌려줘버리고 싶다..

귀찮다...

이번 여행은 특히 여행 끝에서 느끼는 상실감이 큰 것 같기도 하다.

아직 짐정리도 하지 않았다.

침대 옆에 놓여진 배낭을 들고 다시 집을 나서고만 싶다.

나 진짜 돌아온 것 맞나?

이것마저 꿈을 꾸는 듯하네.